진화하는 로봇저널리즘의 과제는?

입력 2017-07-30 17:13   수정 2017-07-30 19:58



(최진순 디지털전략부 기자) 구글이 로봇저널리즘(Robot Journalism) 프로젝트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최근 구글은 영국 통신사 프레스 어소시에이션(PA, Press Association)에 약 81만 달러, 한화로 9억원 가량의 자금을 제공했는데요. 공공 데이터를 기반으로 매월 최대 3만 건의 지역 뉴스를 로봇으로 제공해주는 서비스 레이더(RADAR, Reporters And Data And Robots) 프로젝트를 위해섭니다. 이를 위해 공공 데이터를 개발, 접목하는 자동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스타트업 얼버스 미디어(Urbs Media)도 함께 합니다.

유럽의 디지털 저널리즘 혁신 프로젝트를 후원하는 구글의 디지털 뉴스 이니셔티브(Digital News Initiative, DNI)가 조성한 혁신 펀드가 관련 예산을 조달합니다. 프레스 어소시에이션에 따르면 2년 전 출범한 디지털 뉴스 이니셔티브의 혁신 펀드가 지원한 금액 중 역대 가장 큰 규모라고 합니다.

내년 초 오픈하는 레이더는 영국, 아일랜드 등 지역 언론사, 아주 좁은 범위의 특정 지역을 배경으로 하는 신생 미디어, 블로거 등 독립 미디어 등에 양질의 뉴스 콘텐츠 생산을 도울 예정입니다.

우선 정부, 사법기관 등 공공기관이 보유한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 결합하는 데이터베이스 툴을 제작하고 텍스트 중심의 기사에 멀미티디어 요소를 자동생성하는 기능을 개발합니다. 예를 들면 범죄, 건강, 교육, 일자리 등 지역사회의 주요 데이터를 분류하고 자연어 생성 소프트웨어를 통해 여러 버전의 뉴스를 만드는 것이지요.

프레스 어소시에이션과 얼버스 미디어는 기사 생산 및 편집 임무를 담당하는 5명의 기자로 구성된 팀을 신설할 예정입니다. 이들이 경영압박에 시달리는 각 뉴스 미디어에 지역 뉴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물론 이렇게 공급되는 기사들은 각 언론사에서 인터뷰를 추가하는 등 조금 더 완성도를 높이는 흐름을 갖게 될 것입니다.

이미 USA투데이, 버즈피드 등 세계 여러 언론사도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레이더 프로젝트 같은 것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미국 통신사 AP는 대표적입니다. 증시 시황, 야구 경기 보도 등 스포츠 분야에서 활용하고 있습니다. 기술 혁신을 주도하는 제프 베저스의 워싱턴포스트는 AI프로그램(Heliograf)을 개발해 2016년 브라질 리우올림픽 경기보도, 미국 대통령 선거 경선 보도 등에 활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언론계 일각에서는 기자 실직 사태 등 언론 현장의 '충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경영난이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효율성을 추구하는 로봇저널리즘이 활성화하면 결국 언론사 기자들의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지 않겠느냐는 것입니다. 사실 현재 지진 등 기상 보도나 일부 영역에서 자동화하는 뉴스 생산 과정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프레스 어소시에이션 피터(Peter Clifton) 편집장은 "뉴스 현장에서 기자들의 고유 역할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데이터를 다듬고 조율하는 로봇저널리즘에서 인간의 개입은 더 강조될 것"이라고 반박합니다.

더욱이 로봇저널리즘 기술은 아직 수준이 높지 않고, 저널리즘에서 인간의 몫은 더 중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습니다. 실제로 LA타임즈는 지난달 캘리포니아에서 규모 6.8의 지진이 발생했다고 보도했지만 이는 미국 지질조사국의 잘못된 경보에 따른 것입니다. LA타임즈의 지진 데이터 활용 로봇 알고리즘(Quakebot)의 실수는 결국 매체의 신뢰도를 저하시켰습니다.

하지만 뉴스룸은 뉴스 생산의 투트랙 전략이 일반화하고 있습니다. 빠른 뉴스(fast news)와 느린 뉴스(slow news)지요. 속보와 심층-탐사보도로 볼 수 있습니다. 로봇이 전자를 맡는다면 인간은 후자에 치중하는 방식입니다.

미디어 조사기관 스트라베이스는 "의료 금융 분야처럼 언론에서 AI는 양날의 검이다. 새로운 변수에 대한 대응력 및 확장성이 부족하고 관련한 윤리적 규범과 법적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아 문제발생시 해결점을 도출하기 어렵다."고 진단합니다.

구글, 페이스북 등 기술 기업들은 주요 언론사들로부터 뉴스 시장을 황폐화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현재 플랫폼사업자들은 자의반타의반으로 세금, 펀드 등의 언론 지원 정책들을 내놓고 있습니다. 한계와 가능성을 가진 구글의 로봇저널리즘 지원도 마찬가지입니다. 양질의 저널리즘을 향한 구심점이 될 수 있을까요?

강정수 메디아티 대표는 "부상하는 로봇저널리즘은 일종의 취재를 돕는 '조사원'이라고 할 수 있다. 정보를 수집하고 분류하고 정리하는 이 조사원의 일자리는 위협받을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기자는 조사원 도움 없이 단독보도를 해왔다. 그런데 인간은 아니지만 로봇 조사원이 있다면 취재가 한결 수월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기자의 역할을 재조정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탐사물처럼 심층보도를 맡는 경험 많은 기자들의 역할은 더 비중있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강정수 대표는 "기자들이 해오는 단순업무를 심층, 탐사보도 등의 퀄리티 업무로 전환해야 한다. 언론사도 로봇을 도입한다고 경영효율화라는 차원에서 일자리를 줄여서는 안된다. 보전되는 비용 만큼 재투자하는 선순환 기업문화를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즉, 언론의 미래지향적 대응이 로봇저널리즘의 성공적인 진화를 좌우하는 열쇠가 될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로봇저널리즘은 그 영역의 기술진보로만 다루면 안 되고 저널리즘 본령을 강화하는 것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끝) / soon6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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